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 가정해보죠. "사람들이 이것으로 날 기억해줄 거다. " 사실이 그렇죠. 우린 우리가 견딜만한 일들만 해요. 우리의 유산을 한 조각씩 쌓으면 온세상이 기억해주든 몇 명이 기억해주든 우리가 떠난 후에도 세상에 남는 거죠. 우린 여전히 그 책들을 보고 그 노래를 들어요. 아이들은 부모와 조부모들을 기억하고모두 뿌리가 있죠. 베토벤의 교향곡처럼 우리도 교향곡이 있어요. 다들 가까운 미래까진 그 교향곡을 듣겠지만… 그때부터가 문제죠. 여러분의 아이들이… 아이 있어요? 아이 있는 분? 당신 애는 죽을 거예요. 당신 애도, 당신 애도. 사람은 다 죽으니까. 자손들이 계속해서 죽겠죠. 그러다 지각 대변혁이 찾아올 거예요. 요세미티가 폭발하고 서부 지각판이 움직이고 바다가 솟아오르고 산이 무너지고 인류의 90퍼센트가 사라질 거예요. 이건 과학이에요. 살아남은 자들은 고지대로 올라가고 사회 질서가 무너지며 인류는 수렵 사회로 돌아가겠죠. 하지만 어떤 사람이 어느 날 우연히… 전에 알던 멜로디를 흥얼거릴지 몰라요. 그게 사람들에게 약간의 희망을 주겠죠. 멸종 위기에 처했어도 버틸 수 있는 건 동굴에서 누군가가 흥얼거린 멜로디가 공포, 굶주림, 증오 이외의 뭔가를 고막에 전달해주면 인류는 다시 일어나서 문명을 일구기 때문이죠. 그게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영원하진 않아요. 어쨌든 지구는 죽어가고 있으니까. 수십억년 내에 태양이 팽창하면서 결국은 지구를 삼킬 거예요. 이건 팩트예요. 어쩌면 그 시점엔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지도 모르죠. 중요한 유산들을 살려낼 방법을 찾을지도 모르고. 누군가 모나리자 사진을 보고 외계 흙을 섞어 새로 그려서 복원해낼지 모르죠. 하지만 부질 없어요. 누군가 베토벤 9번 교향곡을 미래까지 가져가려 해도 미래에 막혀 버려요. 계속 팽창하는 우주가 결국엔 전부 삼켜버릴 테니까. 성취하려고 노력한 모든 것들을 당신들과 다른 행성의 이방인들, 미래의 이웃들과 공유하려고 해도 우릴 위대한 존재로 느끼게 하는 것들은 모두 사라져요.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원자들은 조각조각 분리된다는 거죠. 그 조각난 입자들은 다시 수축하고 그리고… 우주는 미세한 점으로 축소될 거예요. 그러니까 책을 쓰더라도 그 책은 언젠가 타버려요. 노래를 부르며 후세에 전하고 희곡을 쓰고 기억해주길 바라면서 계속 공연하고 멋진 집을 지어도 결국엔 부질없어요. 손가락으로 땅을 파는 행동보다 나을 게 없죠. 섹스도 그렇고. 전부 그게 그거예요.

/고스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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